안녕하세요. 잊을만하면 찾아온다는 까를로스입니다.

친구 보러 남쪽에 다녀왔어요. 청도는 처음이었는데, 논밭 사이로 자리한 모던한 까페들과 가지가 부러질듯 빼곡하게 열매맺은 감나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똠냥꿍같은 날씨에 온갖 생각이 기어나온다면 잠시 내려놓고 흐르는 대로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가을 가을한 플레이리스트로 준비해보았습니다.

첫곡. 가을 하면 까를… 아니, 빌 에반스죠. 개인적으로 가을이면 가장 많이 찾는 곡 고엽 (Autumn leaves). 빌 에반스 피아노, 에디 고메즈 베이스, 알렉스 리엘 드럼의 찰진 궁합으로 들어보시죠.

두번째 곡은 드뷔시의 달빛 (Clair de lune). 카마시 와싱턴 연주입니다. 세상사가 복잡하고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내가 분명해야 세상도 분명한 것 아니겠습니까. 높아질 대로 높아진 엔트로피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용기가 멋있습니다.

셋. 클라츠 브라더스와 쿠바 퍼커션의 연주로 듣는 G선상의 아리아.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란 실천하기 참 까다로운 미덕인데 한 수 배웁니다.

다음 곡. 빌리 조엘의 Just the way you are. 다 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캬- 낭만주의의 절정입니다. 양가감정 따윈 없는 깔끔한 마인드. 그건 그렇고 록키의 실베스터 스탤론인 줄.

다섯. Smoke gets in your eyes. 눈에 뭐 들어가는 슬픈 곡을 배경으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져스의 우아한 움직임도 퍼포먼스가 끝나고 무대 뒤에서 나누는 대화도 참 러블리합니다.

여섯번째 곡.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얼마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오랜 농담이 현실이 되었는데요, 그가 수상 사실을 인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묵묵부답이시라고.

일곱번째, Just one of those things는 옛 인연을 웃으면서 보내주는 어마어마한 내공의 곡이죠. 흥겨운 빅밴드와 엘라 피츠제랄드의 감칠맛나는 목소리가 역설적으로 아름답습니다.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게리 멀리건과 쳇 베이커가 함께 했던 콰르텟은 지금까지도 쿨재즈의 레전드로 남아있는데요, ‘또 다른 너는 절대 없을 거야’라는 제목이 마치 서로를 향하는 것 같습니다. /엄지척/

넘버 나인. 델로니어스 몽크 콰르텟 연주의 ‘Round Midnight. 빌 에반스의 연주가 갈등하는 표나리라면 몽크의 연주는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이화신같습니다. 둘의 스토리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네요.

마지막 곡은, 존 콜트레인 콰르텟의 My favorite things. 넋이 나가는 연주입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거라고 합니다. 다들 겨울 채비 잘 하시고 건강하시길.
그럼 또 뵙겠습니다. 저는 이만 총총총.

Best,
Carlos